‘주거사다리’라는 단어가 빈번히 사용된다. 사실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써온 단어이다. 해외에서는 ‘자산사다리’ 혹은 ‘자가사다리’라고 불리기도 한다. 즉 주거 사다리의 상단에는 안정적인 자가 거주가 자리한다. 무주택 임차가구가 주택자산을 조금씩 늘리면서 이 목표에 점차 가까워지는 것을 주거 사다리를 오르는 것으로 표현한다.

오늘날 청년 주거문제에 대해 이 주거사다리는 크게 두 가지 질문을 제기한다. 첫째, 오늘날 청년들도 과연 이 주거사다리를 원하는가? 과거에 비해 높아진 주택가격, 청년들의 불안한 고용상황은 튼튼한 주거사다리보다 확실한 주거안전망을 더 희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만약 주거사다리를 원한다면 현재 이 주거사다리는 얼마나 견고하게 구축되어 있는가?

첫째 질문에 답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의 ‘귀 가구는 내 집을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문항을 분석하였다. 이 문항에 ‘그렇다’고 응답한 가구의 비중은 전체 무주택가구 내에서 74.7%이다.

다만 이 비중은 가구주의 연령이 낮아진다고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가구주의 연령이 34세 이하인 청년가구에서 이 비중은 74.7%로 전체 무주택가구와 동일하게 나타났다. 지역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서울ㆍ경기 내에서 주택보유를 희망하는 가구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순자산규모가 작을수록 이 비율은 감소하지만 중위소득 50% 미만 가구 내에서도 68.7%가, 중위 순자산의 20% 미만 가구 내에서도 64%가 주택보유를 희망한다. 청년이라고 해서 자가소유를 향한 주거사다리를 포기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움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현재 이 주거사다리는 존재하는가? 이를 위해 현재 같은 조사에서 파악된 청년 무주택임차가구가 조달가능한 주택가격, 그리고 실제 그 지역의 주택가격을 비교했다. 조달가능한 주택가격은 가구가 보유한 순자산과 현재 가구소득, 금리, LTV 등을 반영한 주택담보대출을 합산하여 산정했다.

분석결과 LTV 50%를 가정할 때 실제 주택가격 대비 청년 무주택임차가구가 조달가능한 주택가격의 비율은 평균 3분의 1에 불과했다. 실제 주택가격 대비 조달가능한 주택가격이 절반도 안되는 가구의 비율은 무려 78.4%에 이르렀다. 지역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세종, 대전, 서울, 제주의 청년 무주택 임차가구 중 조달가능한 주택가격이 실제 주택가격을 넘는 가구의 비중은 10%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었다.

요약하자면 오늘날 청년들은 여전히 주거사다리를 필요로 하고 있으나, 현재 이와 같은 주거사다리는 붕괴되어 있다. 안정적 자가 거주를 위해 올라가야 할 사다리에 응당 있어야 할 가로대가 몇 개씩 사라져 있는 상황이다. 청년주거를 위한 대책은 무엇보다 이 가로대의 복원에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주택공급가격을 청년가구가 조달가능한 금액에 두게끔 정책이 설계되어야 한다. 분양 및 임대주택이 단순히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되는 것으로 만족하는 현재의 정책기조를 탈피해여 한다

둘째, 가구가 장기적으로 상환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LTV는 최대한 높여야 한다. 최근 생애최초 주택구입가구에 대해 LTV를 80%까지 완화한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셋째, 100% 지분소유가 불가능한 상황임을 감안, 전체 주택 중 일부 지분만 구입하는 지분형 주택을 보편화해야 한다. 나머지 지분을 소유하는 것은 시행사일 수도 있고, 금융기관 등 투자자일 수도 있고, 정부일 수도 있다. 주체를 다양화함으로써 투입자금의 규모를 늘리는 것이 곧 청년 주거사다리를 건실하게 만드는 것으로 바라봐야 한다.

넷째, 살(live) 만하면서 살(buy) 만한 소형 주택이 개발·보급되어야 한다. 현재 주택시장은 살(live) 만하지만 사고 싶지는 않은 소형 주택과, 살고는 싶지만 사기는 어려운 대형 주택으로 양분되어 있다. 필자의 조사에 따르면 청년 무주택 임차가구 중 필요한 주택의 방수가 1개인 가구가 82.5%를 차지한다. 그러나 실제 주택재고는 방 3개가 55.0%로 가장 많다. 방수가 많은 주택이 재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청년가구가 불필요한 주거비 부담에 직면할 가능성이 그만큼 큼을 시사한다. 전체 주택 중 구입할 만한 소형주택의 비중을 늘리고, 청년가구에게 이 주택의 구입을 유도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가로대들이 마련된다면 청년들은 이전 기성세대와 마찬가지의 주거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 e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207281722576560583